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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구하고 싶었을 뿐인데..

✧성격✧

"케이스케는 모든 면에 있어서 완벽해지려고 해.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인데.." - 보육원의 큰 형 S군

-그는 완벽을 추구한다. 코마 부부의 양자로써, 소아 병동의 엘리트 의사 선생님으로써, 학교 친구로써, 보육원의 형으로써 어느 한 곳 부족한 점 없이 완벽한 인간이어야, 남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케이스케는 보육원의 스물 남짓한 아이들 중에서도 머리가 굉장히 영특했다. 보육원의 모두를 포함해 바깥의 어른들에게서도 기대를 받는 아이였다. 최상위권의 성적과 활발한 교우관계, 나무랄 데 없는 성격까지. 케이스케는 남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동경하는 히어로에게 언젠가 당당히 어깨를 필 수 있는 완벽한 사람이 되었다는 걸 증명해내고 싶어했다. 히어로처럼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직업으로는 의사가 있었지, 의사가 되자. 어린 케이스케는 그리 생각했다.

공부는 어렵지 않았다. 혼자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키가 안 닿는 선반의 물건을 꺼내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처럼 간단한 것 마저도 늘 혼자서 해결 하려 들었다. 케이스케는 아직 어른들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였는데도. 보육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던 큰 형은 그런 케이스케를 우려했지만 케이스케는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말했다.

형은 얼마 안 가 인력 부족인 보육원을 물려받기 때문에 굉장히 바빠서 더이상 케이스케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케이스케는 형이 바빠지고 난 후로 더더욱 자신이 형에게 민폐를 끼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이에 비해 심하게 어른스럽고 성숙하게 굴었다. 서류 정리, 재정 관리에 손을 대기 시작했으며 똑똑한 두뇌 덕에 모든 일을 실수 없이 해냈다. 형은 그런 케이스케가 고맙고 자랑스러웠지만, 이게 아직 어린 케이스케에게 있어 좋은 현상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에 대해 고민 하던 중, 꽤 잘 살고 인격적으로도 괜찮지만 불임인 부부에게서 케이스케의 입양 제의가 들어왔다. 금전적 지원을 포함해서라도, 형은 케이스케가 더 이상 보육원에서 무리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에게 입양을 권했다. 케이스케는 수락했고, 그는 걱정 없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케이스케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괜찮아 질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오히려 케이스케는 시선이 줄어든 만큼, 양부모님의 기대치에 완벽히 들어맞는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 쓰러져 건강을 걱정하면 운동을 했고, 교우관계를 걱정하면 친구들과 놀러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리 힘들어도 양친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완벽하고 훌륭한 아이임을 증명해냈다. 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 양친은 케이스케의 상태를 알 리가 없었다.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건강하고, 사회성도 높은 자랑스러운 양자식일 뿐.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 17살 무렵 케이스케는 대형 병원에 속한 소아과 의사가 되었다. 17살 천재 의사라는 이미지가 씌워졌다. 실제로 케이스케가 천재이긴 하나 그 나이대의 청소년에게, 특히나 완벽한 아이가 되고 싶어하는 케이스케에게는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었다. 케이스케가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도, 소아과 의사로써 최선을 다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진심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병원일도, 부모님과의 관계도, 학생의 본분도 전부 케이스케가 완벽하게 해내야하는 일이 되었다. 케이스케는 몸을 무리해서라도 주변의 기대를 채우는 수 밖에 없었다. 점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피로한 채로 지냈다. 그래도 케이스케는 피곤함을 내색하지 않은 채 평소처럼 소아 병동을 돌고나서 잠시 눈을 붙이러 사무실로 향했다. 아주 잠시간의 평화를 느끼려는 순간, 갑자기 굉음이 들려오며 건물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건들이 떨어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난리통 속에 급하게 창 밖을 보자 현재 자신이 있는 사무실과는 멀리 위치한 병동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순식간에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케이스케는 급하게 아이들을 구하러 달려갔다. 케이스케는 원체 건장하고 튼튼한 편이었지만 의사가 된 이후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몸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평소보다 달리기 속도도 느렸고, 달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많이 안아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스스로를 자책해가면서도, 끝까지 아이들을 구해나갔다. 몇 번이고 아이들을 밖으로 구출하고는 자신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대여섯 번을 그러다, 점점 더 커지는 불길과 앞을 가리는 연기 속에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어디선가 아이 울음 소리가 들려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채로 소리가 나는 곳을 향했다. 연기를 들이마셔가며 벽을 짚으며 파편에 깔린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는 교통 사고로 인해 하반신을 크게 다쳤었던지라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기 힘들어했었다. 케이스케는 바로 달려가 파편을 치워내 아이를 안았지만, 건물이 점점 무너지면서 케이스케의 왼쪽 발을 짓뭉갰다. 순식간에 균형을 잃은 케이스케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아이 역시 놓치고 말았다. 숨은 막혀오고 벽과 천장이 무너지면서 이대로 죽겠구나, 싶었을 때 즈음, 아이가 흐느끼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케이스케 선생님! 선생님! 다리가 너무 아파요, 살려주세요! 선생님은 절 구해주기로 약속하셨잖아요!" 그 목소리에 케이스케는 팔로 상체를 끌어 바닥을 기어가며 다가가, 아이가 파편이라도 맞지 않도록 아이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곧 있으면 소방관 아저씨들이 구해주실 거야. 그때까지만, 조금만 참자. 응? 류지." 제 가운으로 아이의 입과 코를 막아주며 아이를 달래주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도 잦아들었고, 케이스케의 정신도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는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방관들이 건물의 잔해를 치워가며 케이스케를 구해냈을 때에 아이는 제 품 속에서

이미 심각한 외·내상으로 사망한지 오래였다.

케이스케가 아무리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모두가 무사할 리는 없었다. 사망자 58명, 부상자 325명. 사고의 원인은 가스관 파손으로 인한 가스 폭발. 케이스케의 잘못은 없었지만, 그는 더 많은 아이들을, 류지를 구하지 못한 것에 큰 죄책감을 느꼈다. 온몸에는 화상 자국과 흉터가 남았고, 왼발목은 완전히 으깨져 의족을 달게 되었다. 시력과 내장기관 역시 급격하게 나빠져 건강 회복에만 반 년이라는 세월을 쏟았다. 심리상담은 기록이 남을까봐 받지 않았다. 반 년 동안 병원에 틀어박혀 지냈다.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지고, 케이스케는 아이들을 마저 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의료 활동으로 돌아갔다. 언론에서는 돌아온 케이스케를 마치 성인군자라도 되는 양 제멋대로 떠들어댔다. 주변 사람들은 케이스케를 존경 어린 눈으로 보기까지 했다. 그가 진정한 의사라고. 케이스케는, 자책감에 떠밀려오듯이 되돌아왔을 뿐이었는데. 그는 그 후로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건 당일 날의 악몽을 꾸며 괴로워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이게 자신이 저버린 의무의 벌이자 결과니까.

✧과거사✧

1.발을 잃은 사고로 인해 인공 다리를 쓰게 되면서 부터 동작이 깔끔해졌다. 어쩐지 어색한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똑바로 걷기 시작했고, 하체 뿐만 아니라 상체의 움직임 역시 맞추려 노력해왔다.

 

2.눈에 가장 잘 띄는 부위인 얼굴의 화상자국은 의료 기술로 인해 얼추 지워졌지만, 목 아래로는 화상과 흉터 자국들이 가득하다.

✧특징✧

✧소지품✧

의족 - 여분으로 챙겨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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